가리왕산(G-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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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영기 댓글 1건 조회 1,428회 작성일 07-08-20 11:56본문
- 8/19(일) 가리왕산 마항치 일대 4시간 30분 9초 (10:00 - 14:30:09)
- 42.195km 대회참가 (페이스 : 6'24"/km, 속도: 9.37km/h) 뉴밸런스 M825SB
정선아리랑 아라리의 고장. 정선.
새벽길을 달려 가리왕산 휴양림앞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바라본 흘러가는 물은
깨끗하다.
아름답다.
물 좋다의 기분좋은 느낌이었다.
아침밥을 먹고 찬바람이 나와 한기가 엄습해 오는 얼음동굴에도
잠깐이지만 들러 보았다. 이 여름 더위에도 온도는 17℃를 가리
키고 있었다.
재작년의 안 좋은 기억이 있어 해우소에 들러 일전에 대한
준비를 치르고, 동남아 밀림 트래킹 여행처럼 봉고차를 이용하여
마항치로 이동하였다. 차창 밖으로 바라본 아침산의 풍경은
내 정신과 영혼을 깨끗하게 하였다. 집을 떠나오기 전까지
이웃집 아저씨와 마신 술기운을 날려 버리고도 남는 눈이 시린
푸르름이었다.
해발 일천미터. 후미 출발점에서 즐런의 마음으로 산길을 달려
나가지 시작했다. 굽이마다 마주치는 여름바람과 흙길과 자갈길을
감싸고 있는 가리왕산은 도심 매연속에서 뛰는 달리기와는 격이
완전히 달랐다. 군데군데 흘러가는 계곡물은 더위를 잠시나마
잊고 마라톤을 뛰고 있다는 것을 잠시 망각하게 하였다.
매미가 언덕에서나 내리막에서나 줄기차게 힘을 실어 주었다.
사람 구경이나 했겠는가. 기백명의 런닝복 차림에 반가워서 힘차게
울어 주었을 것이다. 적당하게 6분 페이스로 달린다고 달렸는데
랩타임은 언덕탓인지 기분탓인지 처음부터 조금은 늘어졌다.
늘어지면 어떻고 속도가 늦어지면 어떠하리. 자연을 벗삼아
이 기분을 즐기면 될뿐이지. 마음은 여유로왔다.
이렇게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있었든가.
뭉텅이의 하얀 뭉게구름을 본적은 언제였든가.
갈참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잣나무 박달나무....들의 향기와
산 산 산 묵직한 말없음의 미소를 느껴 보았었는가.
뛰는 동안 행복해 했다.
강변 도심 주로처럼 애완견도 없고, 향수를 뿌리고 화운데이션
냄새를 풍기면서 워킹하는 이도 없고, 도시의 매연과 크랙션도 없고,
질주하는 인라인도 없고...없고 없고, 오로지 길과 함께 달리는
이들밖에 없어서 또한 행복해 했다.
22키로 이후의 꾸준한 언덕도 가뿐하게 넘어가고
34키로 까지의 언덕도 룰루랄라 하면서 거리를 줄이다가
38키로 지점에서 한 칠 팔백미터를 걸은 것이 옥의 티였다.
그래도 그 이후 정신을 차리어 처음 기분으로 골인하였다.
- 05㎞ : 31'39"
- 10㎞ : 31'36"
- 15㎞ : 32'05"
- 20㎞ : 31'30"
- 25㎞ : 31'24"
- 30㎞ : 29'50"
- 35㎞ : 31'32"
- 40㎞ : 36'46"
- 42.195㎞ : 13'40"
메달을 안 준다고, 물이 미지근하다고, 식사가 형편없다고
불평하는 참가자가 있기는 하였지만 그게 뭐 대수란 말인가.
이렇게 좋은 자연앞에 더 겸손해 지는 마음이 좋지 않을까.
운영이 다소 미숙했지만은 일키로마다 깔아준 거리표시판과
마음 씀씀이 자원봉사자의 인정은 굳이었다.
오늘은 힘들어 하지 않고 웬지 신선놀음을 하고 온 것 같았다.
지난 몇일을 천마산, 망우리등의 언덕배기에서 달려준 것이
나름대로 주효한 것 같기도 하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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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임규섭님의 댓글
임규섭 작성일
술독에서 막 나와서도 고른 페이스 정말 부럽당...
엄청난 내공입니다!.
새벽기차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