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울트라(G-1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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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영기 댓글 5건 조회 1,917회 작성일 07-11-19 11:53본문
- 11/18(일) 올림픽공원~한강변 13시간 2분 18초 (05:00 - 18:02:18)
- 100km / 7'49"/km / 7.67km/h / 아식스 TJR311(BK)
영하로 내려가고 강풍이 있을거라는 예보가 그대로 실현된 새벽이었다.
일찍 일어나 샤워도 하고, 챙겨주는 찰밥도 먹고 대회장에 여유있게
나왔으나 설치된 천막에서 순두부, 샌드위치, 커피를 챙겨 먹으면서
출발 5분전까지 밖에 나가기를 주저하였다. 주자 모두가 내 마음 같았을까.
드디어 영하 4~5도, 바람을 뚫고 공원 어둠을 가르며 하루종일의 장정에
발걸음을 시작하였다.
1. 출발~ 20㎞ : 2:01'26"
많이 먹은게 부담이 좀 되고, 추워서 그런지 소변이 마려워 잠실쪽
한강변에서 해결한 거를 빼고는 순조로왔다.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고 편안하게 뛴듯하다. 춘천 기념품의 바람막이 옷과 모자가 바람과
추위를 막아주어 다행이었다.
새벽 탄천변의 물안개가 올 해는 보이지 않았으며 흘러가는 물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 대신 겨울을 재촉하는 갈대만이 제 몸을 흔들고
있었다. 아침 운동을 나온 사람도 없었으나 울트라 맨들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의에 숨소리만 내 뱉고 있었다.
2. 20㎞~ 40㎞ : 2:00'56"
날이 밝아오고 뛰는 주자들의 이름이 보이고, 응원하여 주는 자봉들의
따뜻한 음성과 밝은 얼굴들도 보이기 시작하였다. 오늘 추운데 뛰는
우리네들보다 서서 봉사하려니 하루종일 고생할게 눈에 선하여 안스러움
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강 바람이 맞바람으로 고통을 줄거라 생각하니
탄천입구를 빠져 나가기가 싫었다.
탐천을 빠져 나와 별다른 어려움없이 오른쪽으로 보이는 한강의 아침 파도
를 보았다. 늦가을 이지만 마치 한 겨울 바람에 보는 성난 출렁거림이었다.
자전거와 인라인도 오늘은 안 보인다. 뛰는 사람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따뜻한 이불속에서 인날까 조금더 잘까 밍기적거릴 일요일 아침시간
속에서 추운날씨를 핑겨삼아 오늘은 안 나왔나 보다.
3. 40㎞~ 60㎞ : 2:11'40"
63빌딩과 국회의사당 뒤쪽 길을 찍고 성산대교를 지나 안양천 길로
접어들었다. 강변에서 벗어나니 바람과 추위가 없어서인지 모자속에서
땀이 나는걸 알 수 있었다. 반갑게 학준씨를 만나 화이팅의 하이파이브도
하고 제1관문 53키로 지점에서 술빵도 오물거리고 모닝커피를 주저앉아
고급스럽게 먹었다. 안양천 갈림길앞 60키로 지점에서 먹은 사과 몇쪽도
아삭하삭 맛있게 달게 먹었다.
4. 60㎞~ 80㎞ : 3:49'19"
방화대교 반환점 65키로로 가는 초입 60키로 지점에서 왼쪽무릎 위의
미세한 떨림과 내 맘과 같이 움직여 주지 않고 발을 내딛을 때 잠시 머뭇
거리는 근육의 경련을 느꼈다. 그때부터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걷기 시작하였다. 조금만 가면 반환점이라는 생각으로 쩔뚝거리며 너무
아파 걷다가 진정되면 뛰다가를 반복하여 반환점에 다다랐다.
전복죽을 먹고, 운동화를 갈아신은 다음 챙겨간 옷도 새로운 마음으로
갈아 입었다.
그러나, 옮겨지지 않는 왼쪽 발, 목발을 집고서 뛰는게 날것같다는 생각
으로 억지로 억지로 다시 안양천 갈림길 70키로 지점에 이르렀다. 대기
하고 있던 엠블런스에서 수지침으로 왼쪽 무릎에 피를 빼보았으나 통증
은 그대로였다.
포기를 하여야 하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뛰는가의 물음표를 던지면서 갈 수 있는데까지
오른쪽 발로 가보자고 생각하며 계속 걸었다. 여의도는 다가오고 남은
거리는 이제 20여 키로다.
힘을 달라고 사랑하는 아내의 이름을. 큰아들 이름을. 작은아들 이름을
계속 불러 보았다.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도 소리 않나게 불렀다.
힘을 주세요 라고…….
5. 80㎞~ 100㎞ : 2:58'54"
마법의 힘이 작용했던 것일까.
통증은 무감각 해졌고, 아픔은 조금은 잦아들었다. 제한 시간내에 들어갈
수 있을 까도 생각하며 동작대교를 지난 다음 제2관문 82.5키로에서 제한
시간을 물어 보았다.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했다. 한강의 다리를 하나 하나 보면서. 조금씩 뛰기
시작 했다. 한강 주로에서 상상이 안가게 뛰어가는 진병환님이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조금씩 힘이 생겨나고 날은 어두어 가고 있었다.
잠실대교를 지나 올림픽공원으로 들어가는 96키로 입구 무념무상.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남은 키로 표시판을 줄여가면서 구구단을 외었다.
골인 지점을 1키로를 안 남기고도 걸었다. 골인 주자를 힘있게 반겨주는
마이크 소리가 또렷이 들리는 200여미터 앞에서 몸을 추스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골인하였다. 13시간 2분 18초로.
따뜻한 국밥을 먹을 가치도 없었던 오늘의 힘든 여정속에 그래도 우겨넣고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하였다. 추운날씨와 바람속에서 힘든
내색하지 않고 천사같은 마음으로 봉사를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형편은
없는 기록과 레이스였지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아---싸!!!
댓글목록
이상남님의 댓글
이상남 작성일
매서운 칼바람과 추위를 뚫고 집요한 정신력과
열정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하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달리기라면 이미 100회 완주로 그 질곡의 과정을
검증받은 달인이며 , 구름에 달가듯이 득도한
선인의 경지를 이룩하신 터라 남다른 감회와 희열이
교차하리라 생각합니다.
법인의 소견에서 보면 아직 풀코스의 관문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여 버겁게만 느껴지는데,울트라를 말하거나
평가할 주력은 더욱 미천하여 그 깊은 상상이 안가지만
100회인이라면 적어도 한번은 반드시 극복하여야할 과제라
생각합니다.
본인도 뜻한 바 있어 금년 3월에 울트라 100킬로를 신청하여
매서운 강풍의 맞바람과 사투를 벌였으나 감당할 수 없는
체력의고갈로 급기야 76킬로 지점에서 포기한 적이 있지요.
흔히 마라톤벽이 35킬로라면 울트라는 바로 70킬로 이후부터
라고 회자하는 이유를 알것 같군요.
금년에 100회 완주로 탄탄한 기초를 쌓고 내년엔 반드시 재도전
의 불꽃으로 미이행의 숙제를 이행하리라...
왜 달려야 할까? 힘들게 달리지 않고 편안한 아랫목에서 뒹굴어도
그만인데 강한 칼바람의 혹한과 맞서며 고행을 자초하는 이유를
그 누가 알리.
나는 감히 말하리. 달린다는 것은 존재가치의 확인이며 강한 생명력
에 부응하는 몸부림이며 미온적인 삶을 뜨겁게 지피고자 하는 확신
이라고...
새로운 도전과 응전으로 영원히 시들지 않는 100회인으로 거듭 나고자
함에 무한한 격려와 갈채를 보내며...
고이섭님의 댓글
고이섭 작성일
악전 고투의 장면들 읽으면서
마음이 짠!!! 해 오는것은 .......
노영기님 수고많이 하셨구요
빠른시간내 회복 하기길 바랍니다
노영기 화이팅!!!!!!
오석환님의 댓글
오석환 작성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고통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무릎부상에, 나 같으면 진즉
포기하고 쉬운길을 갔을텐데... 그 불굴의 투지에
찬사를 보냅니다.
근데 앞으론 너무 무리하지 마셈, 오래도록 뛸려면~
빠른 회복 바라고 조만간 주로에서 또 보자구요~
박유환님의 댓글
박유환 작성일
영기님 얼른 회복 기도드립니다.
아~싸
문종훈님의 댓글
문종훈 작성일
영하의 칼바람과 포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열세시간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집념에 박수를 보냅니다
얼른 회복하시고 예전의 모습으로 ...
대단히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