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H-133-12) > 달리기일지 new~

- 08/24(일) 가리왕산 일대 4시간 8분 3초 (09:00 - 13:08:03)
- 42.195km / 5'53"/km / 10.21km/h / 뉴밸런스 M825SB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시기
자연속에서 뛸 수 있는 대회여서 참가신청을 하게 되었다.
베이징 올림픽 쿠바와의 야구결승이 승리로 이어져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잠깐 2시간여 눈을 붙였다.

잠을 못잔다는 것은 역시 사람을 매가리가 없게 한다.
까만밤 단체버스 탑승후 눈을 붙여 자다 깨다를 반복하여
가리왕산 초입에 도착하였다.

날은 훤히 밝아 있고,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는 세차다.
포말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물줄기가 시원함을 전해온다.
제 물속으로 훤히 들여다 보이는 깨끗한 돌들과 에메랄드
물 색깔은 도시에 찌든 마음을 정화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깨끗하고 맑다.

참가자가 많지 않다. 얼굴들은 다들 밝다.
이봉주 선수외 우리 선수들이 베이징 주로에서 열심히 뛰고
있을 시간이다. 힘내서 잘 달려 주기를 기원하며 출발.

천마산 임도, 망우산의 언덕을 가끔은 접하여 보아서 그런지
출발후 마항치로 오르는 오르막이 부담이 없다. 랩도 적당히
나오고 좋은 경치탓에 기분은 업이 되었다.

본격적인 산으로 올라가는 10키로 가는 길이 빡세다. 속도가
더뎌지나 추월하여 가는 동료들의 발걸음이 나보다는 가볍다.

15키로 가는 길은 꾸준한 오르막은 있기는 하지만 내리막도
있어 가뿐숨이 차지는 않는다. 16키로 마항치 근방 키로수다.
언덕을 오르자 눈아래 보이는 펼쳐진 산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은 언제나 말이 없다.

이 깊은 산중 임도. 앞에 주자도 뒤에 주자도 보이지 않는다.
혼자 뛰는 것 같다. 자유롭다. 평화롭다. 편안한 감정이다.
계곡과 마주칠 때 들려오는 시원한 폭포수소리에 화들짝
정신이 맑아진다. 그렇게 6키로 정도를 혼자 뛰어 22키로 근처
에서 앞서가는 동료의 뒷모습을 보았다. 반가웠다.

30키로로 가는 길이다.
거무스름한 흙과 질경이가 편안한 길로 이어졌다.
올려다본 하늘은 파랗고 뭉게구름이 피어있다.
보랓빛 산꼬리풀, 흰색 물봉선, 이름모를 꽃들과도 마주쳤다.
나를 앞 질러 가는 동료가 하나 둘 지나간다. 나를 지나쳐
가도 조급함은 없다. 내가 지쳐가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편안하기만 하다.

35키로 가는 길 인기척게 놀라 뒤돌아보니 멧돼지다. 시껍했다.
나를 앞서갔던 분들을 하나 둘 내가 지나쳐 간다. 골인점 우회전
하기전 반환점 순환 언덕이 나타났다. 조금은 힘들게 느껴지고
발걸음이 더뎌진다. 반환점을 돌아 마주치는 모든이에게 화이팅을
외쳐 주었다. 헉헉 거리고 오지만 화이팅으로 밝게 답을 해준다.

40키로 가는 길. 급경사 내리막 흙길과 시멘트 길이다.
속도를 낼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뛰어 내려왔다. 멀리 출발 지점
계곡이 보이기 시작한다. 41키로 표지판을 지나쳐 완만한 오르막
생각대로 다리는 움직여 주지 않는다. 마지막 힘들게 느껴진다.
골인 테이프를 통과하였다.

- 05㎞ : 31'35"
- 10㎞ : 34'21"
- 15㎞ : 25'24"
- 20㎞ : 25'55"
- 25㎞ : 26'24"
- 30㎞ : 28'58"
- 35㎞ : 31'49"
- 40㎞ : 29'35"
- 42.195㎞ : 13'56"
- 계 4:08'03"

4시간 안에 들어올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오차범위가 크지 않았고 무난하게 즐기면서 완주하였다.
좋은 경치의 자연에 파묻쳐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하였던 대회였다.

적은 참가 인원인데도 대회 운영을 불편함이 없게 해준 주최측의
모든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감사한다. 소중한 우리의 자연에게도
감사한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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