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달리기(H-145) > 달리기일지 new~

- 09/16(화) 사능천변 50분 58초 (17:00 - 17:50:58)
- 10.2km / 5'00"/km / 12.01km/h / 아식스 TJR311(BK)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도 저물어 간다.
하늘은 푸르며 높으나 더위는 아직 여전하다.

안방에 있던 책꽂이를 거실로 옮기고 이것저것
정리정돈 하다보니 오후 시간도 금새 가버렸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집앞 천변으로 나가본다.
고요하게 흐르는 맑은물과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들풀의
열매, 선회하는 잠자리떼의 환영을 받으며 즐거운 마음
으로 요이땅 하였다.

몇그루 안되는 밤나무 주위에서 밤송이를 까는 주민들도
보이고, 아주 천천히 페달을 밟는 어르신과도 조우하였다.

창고형 공장앞이다.
묶여 있던 끈이 없는 개가 짖으며 달려든다.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눈싸움과 기압으로 소리쳤다.
게걸음으로 옆눈질을 하며 가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

한바퀴 돌아오는 길. 작은 막대기를 하나 주워들고
싸움준비 태세로 달려오니 역시 짖으며 달려든다.
휙휙 막대기로 겁을 주며 자리를 피하여 출발지점으로.

뛰는 내내 상쾌하지가 않다. 그놈의 개 때문에.
그렇게 2바퀴, 3바퀴를 긴장하며 경계하며 찜찜하게
달렸다.

배드민턴장 앞이다.
창고 앞에서 개쉐ㄲ를 따돌리고 마음놓고 뛰고 있는데
어디서 왔는지 하얀 개쉐ㄲ가 소리없이 달려든다.
멈추어 섰다. 들려오는 아줌니 소리.
"백구야 이리와". "꽪챤아요, 물지 않는 강아지예요".
이렇게 큰 강아지도 있냐. 참말로. 이거야 원.

- 1.7㎞: 09'41"
- 1.7㎞: 08'51"
- 1.7㎞: 08'34"
- 1.7㎞: 08'26"
- 1.7㎞: 08'08"
- 1.7㎞: 07'18"

세바퀴 째 마지막 스퍼트후 숨을 골랐다.
지나가던 아저씨. "100회 몇회나 뛰었수"
-------허 걱------130번요.
"이문희, 김동욱 아세요".
-------허 걱-------예.
요즘 이문희 씨 잘 안보이던데.
-----예, 요즘 많이 안뛰시나 봅니다.

차안에 와서 생각하여 본다. 아저씨 질문이 잘못 되었다.
"100회 몇회나 뛰었수" → "수고하십니다, 많이 뛰셨나 보네요"
"이문희, 김동욱 아세요". → 이문희 님이나 김동욱 님 도
아시겠네요".......요로코롬 질문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곡식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낱알을 제 밑으로 떨어 뜨리는
소박한 진리를 생각해 낸다.

개가 짖으며 달려들고, 주위의 가벼운 질문과 뻐김에도
머리를 더 숙일줄 아는 겸허함과 침착함을 더 갖추도록 하자.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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