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울(F-16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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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영기 댓글 0건 조회 1,182회 작성일 06-11-06 11:53본문
- 11/05(일) 잠실~성남 3시간 36분 47초 (08:00 - 11:36:47)
- 42.195km(페이스 : 5'08"/km, 속도: 11.68km/h)
비가오고 돌풍이 분다고 예보되어 불안한 마음으로 토요일 저녁 잠을청
하였다. 간밤의 빗소리와 천둥소리를 잠결에 느끼면서 뒤척이며 개운하게
취침을 못한듯하다. 일어나기도 싫고 비 핑계삼아 뛰러 가기도 싫었다.
숙제를 안하고 학교가기 싫은 학생처럼.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한 술
뜨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잠실에 도착.
웅-성-웅-성 부산하다. 삼-삼-오-오 모여서 반가움과 달리기를 이야기
하고, 거기에 마이크 안내까지 합세하여 떠들썩하다. 부지런한 주자들은
벌써 큰길로 나가기 시작한다. 나는 이제사 역류하여 올라가는 연어처럼
물품보관소 쪽으로 발검음을 옮기고 있는데.
생각보다 춥지도 않고 날씨가 좋았다. 하늘을 보니 비는 엊저녁에
다온듯 하여 안심이었다. 겸허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즐기면서, 그렇게
뛰어보기로. 마라톤을 처음 시작할 때를 상기하면서 출발전 마음을
진정시켰다. 출발신호가 축포와 함께 울렸다.
신천역 부근에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연주하여 주는 군악대 소리가 또
한번의 대정정이 시작되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눈에 익은 잠실역
일대와 올림픽 공원 근처를 수 많은 주자속에 섞여서 그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천호동쪽으로. 5키로 랩타임이 마음에 든다. 물을 쪼금만 마셨다.
밤사이의 바람이 심했는지 플라다너스 진밤색 낙엽들이 인도에 수복하게
쌓여있는 가로수길이 스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나는 계속 10키로를 향하여 뛰어가고 있다. 한가하게 낙엽을 밟으며 이
늦가을을 음미도 하면 좋으련만.
빽빽한 아파트 도심을 벗어나 수서쪽으로 향하였다. 페메 풍선도 보이지만
쫒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괜한 욕심이 집착이 생기기도 하고, 혼자만의
여유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15키로를 여유있게 왔고 무거운 몸은 조금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야트막한 언덕길이 있었지만 역시 초반이라 부담은
없었다.
율현동 이정표 주위에 노란잎 은행나무들이 즐비하다.
가을은 이렇게 가고 있는가 보다. 꾸준한 언덕길이 이어졌다.
힘듬은 없이 20키로 급수대 물 한모금.
선두 주자들이 경주마처럼 달려오고 있다. 조금 뒤쳐져서 봉주 선수가
선두를 쫒고 있다. 모두가 힘을 실어주는 화이팅의 함성을 외쳐주는
가운데 순식간에 지나쳐 버렸다. 순간 가슴이 찡해짐을 느꼈다.
이 찡해짐은 무엇일까.
25키로 반환점 돌기전 이매동 아파트 단지 주위 단풍나무 잎들이
울긋불긋. 서울과 다르게 시민들이 응원도 하여준다. 힘을 받아 턴을
하고, 연양갱을 하나 달리면서 먹고 기분이 업되어 잠실로 향하였다.
다리밑에서 섹스폰을 연주하여 주는 음악에 환호와 박수를 쳐주었다.
마라톤 문화도 성숙되어 가고 있구나.
30키로 다리에 묵직한 감이 올 시간인데 멀쩡하다. 직선대로 내리막이
이어진 길에서 뒤쳐진 주자들을 앞서가기 시작하면서 내가 빨라지고
있나는 생각을 하였다. 34키로 지점에서 동호회 원요 형님의 꿀물을 한잔
감사하게 받아먹고 35키로 급수대를 그냥 통과하였다.
지난 수 많은 대회 참가에서는 어림도 없었던 일인데.
40키로로 가는 시내 길목과 탄천교를 힘들어 하지 않고 속도를 내어
보았다. 숨도 차지 않았고 발검음이 의외로 가벼웠다. 그렇게 남은 거리도
연습주처럼 즐겁게 뛰면서 골인하였다.
- 05㎞ : 27'10"
- 10㎞ : 25'51"
- 15㎞ : 26'51"
- 20㎞ : 26'09"
- 25㎞ : 26'04"
- 30㎞ : 25'55"
- 35㎞ : 24'23"
- 40㎞ : 23:59"
- 42.195㎞ : 10'25"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초반 무리하지 않은것이 나름대로 주효한듯
하다. 뛰기 싫은 마음으로 출발하여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좋은
하루였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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