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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일지

오대산마(F-1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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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영기 댓글 0건 조회 1,260회 작성일 06-09-0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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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3(일) 오대산 일대 4시간 15분 50초 (08:10 - 12:25:50)
- 42.195km(페이스 : 6'04"/km, 속도: 9.9km/h)

한밤중 두시반 알람 소리에 기분좋게 기상했다.
마라톤을 뛰러 가는날의 기상은 1분만의 지체가 없다.
챙겨놓은 가방을 메고 가을를 알리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오늘 일정의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휴게소에 들러 바라본 동녁하늘이 붉으스름 하다.
오늘도 또 하루가 기분좋게 여명이 밝아온다.

날이 밝으면서 차창으로 보이는 산넘어 산 산 산은
경치좋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입안에서 맴돌게 한다.
천변과 골짜기는 지난 여름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못하고 흔적들로 남아 있어서 내 마음을
또 한번 할퀴어 버린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렇게 넓은 자연이 항상
펼쳐져 있는데 회색 빌딩의 거리와 무표정한 얼굴로
바쁘게들 아둥바둥 아옹다옹 할까. 오늘은 자연에 내
온 마음과 몸을 맡겨보고 내던져야 할텐데.....

대회장 입구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니 공기가 제법
차갑다. 순간적으로 오싹의 한기를 느꼈다.

번잡하지 않다. 주차장도 널널하다.
유인물을 나누어 주는 이도 없다.
모자와 썬글라스, 파워젤을 파는 이도 안보인다.
시끌벅쩍한 음악이나 녹음기 같은 안내멘트도 없다.
길게 늘어선 화장실 대기의 기다림도 안보인다.
마음도 차분해 지고 모든 것이 좋다.

자생식물원 입구를 지나 식물원내로 공간이동을 하여
수수한 우리꽃을 들러보며 공원내로 이동하였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100회 완주탑안에
죽기 전에 이름을 남기게 됐으니 잘된 일인가.
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원장님의 주로소개에 조금은 주눅이 들었다.
고저도가 급경사 오르막이 반으로 된것을 사전에 알았지만
겁을 많이 주신다. 종소리로 출발을 하였다.

지레 겁을 먹은 것인지 앞으로 많이 나가는 분이 많지 않다.
주위분이 달리면서 밭에 심어져 있는 식물이 당귀라고
귀뜸을 하여준다. 약초 냄새가 맛있다.

간간이 지나치는 차들이 보이는 차로로 나왔지만 뛰는데의
불편함은 없다. 나는 나대로 차는 차대로 천천히 가고 있을
뿐이다. 출발후 땀은 나기 시작하는데 오르막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맑은 돌이 보이는 것만큼 물소리가 맑고 시원하다.
고행하러 올라가는 나를 보고 외면하는 것처럼
등을 돌리고 잽싸게 도망가듯 흘러가고 있다.

14키로 로표시판 앞에서 분홍색 떡 한 알과 물 한 컵을
들이켜고 본격적인 오르막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모래와 자갈길이다. 꾸역꾸역 하늘과 가깝게 가깝게 뛰었다.
걷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숨소리도 급하지는 않았다.
천마산 임도에서 가끔은 뛰어서인지 나름대로 오르막도
적응이 되었다. 반환점을 돌아오는 주자들에게 화이팅으로
힘을 주고 받았다. 웬지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반환점을 돌았다. 아주 오랫만에 주는 고무줄 확인증이다.
오른쪽 손목에 잊어 먹으면 큰일나는 것처럼 잽싸게 찼다.
급수대에서 연양갱과 시원한 물을 또 예쁜 떡 한 알을 먹고
내리막으로 접어 들었다. 경치가 좋기는 하지만 엉덩이
붙이고 감상하기에는 그렇다. 앞의 주자가 보이지 않고
뒤의 주자들은 후다닥 지나친다. 속도가 영 나지 않았다.

돌이 발사이에 걸리기도 한다. 발등에 옴팡 한 대를 맞았다.
얼얼하다. 급경사 언덕을 올라올 때는 어케 올라왔는지
내려가는게 아깝기도 하다. 급경사 언덕을 다 내려왔다.

월정사로 가는 차량 행렬이 많아지고 주로에 길게 늘어서 있다.
소원은 물좋고 경치좋은 곳에서 빌어야 제격이란 생각이 든다.
마음이 맑아지는 환경이니 그 소원도 이루어질듯 하다.

남은 거리 8~7키로 전나무 숲이다. 얼마나 오랜 인고의 세월을
흘러 하늘을 향해 우뚝 섰을까. 장관이다. 자연 앞에 나는 아주
작은 존재이다. 뭐랄까 내 작은 욕심들이 초라해 지기도 한다.

남은 거리가 가까와 와도 그냥저냥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힘들지는 않은데 속도는 안난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몸따로 마음따로 정신력만 살아있다. 식물원이 보이고 마지막
언덕이 내 발을 잡기는 하였지만 웃으며 처음처럼 기분좋게
속도를 멈추었다.

- 올라가는 길 : 2:12'19"
- 내려오는 길 : 2:03'31"

생수병 한 통을 들이켰다.
숨을 고르고 하늘을 보고 멍하니 5분여를 앉아 있었다.

대회 진행이 깔끔 하였고 정갈하였다.
뛰는 이들을 위해 준비한 모든 것들이 가슴이 찡했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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