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마지막 날에..... > 자유게시판

유월의 언덕

- 노천명 -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 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하는 연유도
알아 듣겠다

아까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유월의 마지막 날에 평생을 홀로살다 가신 여류시인의 시를 오랫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