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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좀 깍아 주세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채성만 댓글 6건 조회 2,157회 작성일 13-11-06 17:51

본문

암 병동 간호사로 야간 근무할 때였다.
새벽 다섯 시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다.
창가 쪽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 입원 중인 환자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놀란 마음에 커튼을 열자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를 내밀며 말했다.
 
"간호사님, 나 이것좀 깎아 주세요."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깍아 달라니, 맥이 풀렸다.
옆에선 그의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
"그냥 좀 깎아 줘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어 사과를 깎았다.
 
그는 내가 사과 깎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이번에는 먹기 좋게 잘라 달라고 햇다.
나는 귀찮은 표정으로 사과를 반으로 뚝 잘랐다.
그러자 예쁘게 좀 깎아 달란다.
 
할일도 많은데 별난 요구하는 환자가 못마땅해
못들은 척 사과를 대충 잘라 주었다.
 
나는 사과 모양새를 여전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그를 뒤로 하고 서둘러 병실을 나왔다
 
며칠 뒤, 그는 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삼일장을 치른 그의 아내가 나를 찾아왔다.
 
"사실 새벽에 사과 깎아 주셨을 때 저 깨어 있었어요"
 
그날 아침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며
깍은 사과를 내밀더라고요.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는데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 깎아 줄 수가 없었어요.
저를 깜짝 놀라게 하려던 마음을 지켜 주고 싶어서요.
 
그래서 간호사님이 바쁜 거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누워 있었어요,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정말 고마워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나는 그 새벽, 가슴 아픈 사랑 앞에 얼마나 무심하고 어리석었던가.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세상의 전부였던 환자와 보호자.
그들의 고된 삶을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녀가 눈물 흘리는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며 말했다.
 
남편이 마지막 선물를 하고 떠나게 해 줘서 고마웠다고,
그것만으로 충분 했노라고
 
원순진 님 강원도 횡성군
행복한 동행 10월호 생활문예대상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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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미영님의 댓글

정미영 작성일

울 회장님께선  아쉬운 부탁하기전에  미리미리 알아서 척척해주시잖아요~~^^
누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때의    나자신을  생각하면서,

요청이 있을땐  가능한일이면  바로바로,
즐건마음으로  쿨하게  최선을 다해  응해주십시다요~~ㅋㅋ....100회!힘!

문종호님의 댓글

문종호 작성일

선한 마음씨 다시금 새겨봅니다
감사합니다.

이재복님의 댓글

이재복 작성일

매번 심성을 자아내게 하는 가슴 찡한 사연
입동 초겨울 찬  바람이 부는 오늘
따듯한 글 나자신 마음속 두툼한 옷 차림으로
내일을 !

이광택님의 댓글

이광택 작성일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글 입니다.

아침부터 눈시울이 ...

이찬수님의 댓글

이찬수 작성일

이런 분들때문에 세상 살맛나는것 아닌가 싶네요...
좋은글 감사함니다...

채성만님의 댓글

채성만 작성일

좋아하는 분으로부터 보내온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찡하며 눈물이 핑돌아
공유하고파 올려봅니다~^

나 자산도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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