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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치않아도 금년 여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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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정규 댓글 3건 조회 2,798회 작성일 13-08-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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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길 외투 주머니에 있는 기차표를 만지작거리면서 고민에 빠졌다.....
D-1, 현재 적설량 10센치, 대설주의보 발령, 기상청 예보다. 오늘은 오전 근무 후 여름부터그동안 미룬 휴가 시작일이다. 일주일 전부터 버너, 코펠, 침낭, 기타 등산 장비와 산행시 소요될 3일분 식량과 밑반찬 등을 준비하고 배낭까지 이미 꾸렸다. 1990년대 어느 해 12월초 밤 10시 50분 전남 구례 행 무궁화 열차표를 일주일전 예매했다.
나는 5-6년 전부터 화엄사에서 중산리 코스 겨울 산행을 매년 해오고 있었다.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한 끝에 계획대로 실행하기로 하고 넉넉한 시간 여유를 가지고 서울역으로 나가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촌스럽게 머리 위로 한 뼘 이상이나 올라온 배낭을 메고 기차에 올랐다.
예전 같으면 구례 행 밤 열차에는 지리산 종주를 위한 등산객을 어렵지 않게 보았으나 기상예보 탓인지 등산객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약간은 긴장이 된다.
새벽 3-4시경 구례 역에 내려 국밥으로 요기를 하고 택시를 타고 화엄사로 향했다. 눈은 많이 내렸으나 교통이 막히는 정도는 아니다. 택시 기사는 지리산은 입산통제 됐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쩌랴 갈 수 밖에....
화엄사 다리를 돌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추운 날씨지만 산행을 시작하면 두꺼운 겉옷은 벗어 배낭에 묶게 된다. 오를수록 무릅까지 쌓인 적설량과 거센 바람으로 전진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화엄사를 출발한지 2시간여 급경사 마지막인 코재가 시야에 들어왔으나 기상은 점차 더 악화돼가고 있었다. 코재를 지나 도로를 따라 30여분 정도 가면 노고단 산장이고 그 곳에서 산행 계속 여부를 판단하기로 하였다.
코재를 넘어 성삼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에 도달하여 노고단 산장으로 방향을 잡는다. 거의 시계는 제로 상태로 강풍과 눈보라로 전진 할 수가 없다.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강풍으로 쌓인 눈이 한 쪽으로 쏠리는 바람에 절벽 쪽으로 겨우 길을 내어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전진하는 순간 발이 미끄러지면서 배낭의 무게로 중심이 흐뜨러져 절벽으로 떨어지는 순간 겨우 나무 가지를 붙잡게 되었다.
나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절체절명의 순간....할 수 없이 배낭을 벗어 절벽 아래로 떨어뜨렷다. 배낭이 지면에 떨어지면서 3-4초후에 퍽 하는 둔탁한 소리, 당시 기상 상황 등을 종합하면 절벽의 높이는 약 50미터 정도, 그러면 아파트 12층 정도로서 손을 놓으면 즉사 가능성 90%, 위기에서도 머리의 회전은 강력하게 작동되고 있었다.
지난해 정전이 된 뱀사골 산장에서 가진 열린음악회, 장터목 산장에서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 2개월째 머물고 있는 사진사의 3대가 덕을 쌓아야만 천황봉 일출을 볼 수 있다는 말들이 순간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소리치고 울부짖었다. “거기 누구 없소. 가까이 있는 사람은 날 좀 보소.” 있을리 없었다. 회오리 바람에 메아리 조차도 없었다. 순간 우찌찍 하는 소리에 머리를 들어보니 잡고 있는 나뭇가지가 찢어지고 있었다. 입산통제된 산행, 덕이라고는 거리가 멀었던 자신의 자업자득이었다.
그 순간 전혀 경험해보지도 못했던 토네이도 같은 강력한 회오리 바람에 내 몸은 허공으로 솟구쳤으며 시야에는 넓은 바위 위의 배낭이 보였다. 아! 나는 지금 떨어지고 있구나.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있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최소한 중상만 입지 않는다면 떨어진 후 기어서라도 노고단 산장까지만 가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떨어질 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낙법으로 떨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낙법에는 전방, 후방, 측방 낙법이 있다. 절벽의 특성상 지금까지는 별로 선을 보인 적이 없는 측방낙법을 구사하기로 하였다. 측방낙법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현재 떨어지고 있는 몸을 약간 비틀어야 했다. 전에 본적이 있다. 다이빙 선수가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2회전 한 후 머리부터 입수하는 자세를.. 나도 해보기로 했다. 100회 어느 회원님의 좌우명“ I can do it 나는 할 수 있다” 를 외쳤다. 그러나 다이빙 선수처럼 머리부터 떨어져서는 절대 안된다.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경험부족으로 너무 비틀었다. 순간 수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눈을 감았다. 측방낙법을 시도하였으나 너무 몸을 비틀어 버린 바람에 후방낙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넓은 바위에 등판부터 떨어졌다 간은 떨어지겠구나 생각하는 찰나 퍽하는 소리와 나의 외마디 외침은 동시였다.
눈을 뜰려고 해도 눈이 떠지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끈적끈적함을 느꼈다. 가까스로 눈을 떠보니 땀으로 이불이 온통 젖어 있었다. 꿈이었다 악몽이었다. 나는 한 숨을 몰아쉰 후 이렇게 했다. “나는 살았다 으하하하하하하......” 그 후 되도록 입산통제 된 산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덕을 쌓아야겠다. 그러나 후자는 아직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날 나는 기차표 위약금을 지불하고 예매를 취소했으며, 이일을 계기로 전격적으로 주종목을 마라톤으로 바꾸어 1997년 경주동아마라톤에 처녀 출전하여 3시간40분에 완주하는 기염을 토하게 되면서 풀코스 완주자가 희소했던 당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주인공으로 일약 주목을 받게된다(????????) .
위와 같은 일이 있은 후 지리산 종주는 중단되었으나, 그렇치 않아도 금년 여름은 내가 해보지 않은 화엄사에서 대원사 종주를 일찌감치 마음먹고 있었다. 대원사 계곡이 좋다는 말에 3박4일 정도 잡아 여유로운 산행과 계곡물에 피로하고 찌든 심신을 씻어내기로 했으나 여유로운 산행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100클럽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화대종주 산행에 참여하기로 했다.
걱정이 앞선다. 과연 내가 제한 시간 내에 완주할 수 있을까. 최후의 1인이 되어 골인 지점에 가보니 주최측은 철수하고 상행선 버스는 떠나버리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이번 참가하시는 100회 회원님들의 면면을 보니 경력등이 막강하시지만 그래도 한 두분 정도보다는 먼저 골인하지 않을까 하고 예상해본다. 그 분들의 성씨는 알파벳 대문자로 K. P, J. ? , ? 씨등이지만 명예를 위해서 차마 그분들의 이름들은 밝힐 수가 없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요 그리고 완주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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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황태식님의 댓글

황태식 작성일

하하 실화인줄 알고 손에 가득 땀을 쥐었습니다
정규형님 입담 대단하시네요 화잇팅!!

김정석님의 댓글

김정석 작성일

유정규선배님 감사합니다.
저는 며해전 부상으로 인하여 장터목에서 헬기로 하산한 경험도 있답니다.
저도 화대종주는 해년마다 하였지만
컨디션따라 못할수도 있다는것을 염두해 두고 진행하는 것입니다.
제가 작년엔 성삼재-중산리도 못하고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하산 한적도 있고요.
산은 변화무쌍하니 자연앞에 항상 겸손을 배운답니다.

김영준님의 댓글

김영준 작성일

유정규 형님  힘ㅁㅁㅁㅁㅁ        I can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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