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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열등생이 울트라 입상자로 거듭나다! [후기응모]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정진 댓글 1건 조회 2,047회 작성일 03-10-28 12:19

본문

제4회 서울 울트라 마라톤 대회 참가후기

<<<<<<< 1, 접수하면서 겪은 갈등 >>>>>>>

2002년도 제3회 서울울트라대회는 나에게 큰아픔을 남겼다. 100km부
문에서 안양천을 빠져나와 한강에 진입 하면서 한번 주저 앉았고,

여의도 급수대를 지나면서 또 주저 앉는다. 그러나, 곧일어나 계속
움직였다. 다음부터 울트라를 못뛴다 하더라도 포기는 없다고 다시

금 다짐한다. 사뿐 사뿐 나를 추월해 가는 여자 1등 하신분의 아름
다운 뒷모습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녀의 모자밑으로 나온 머리

카락은 신세대처럼 물을 들였고, 가볍게 좌우로 움직임과 동시에
탄력있게 출렁거리는 님의 엉덩이에 완전 무방비로 농락 당해야만

했던 기억들! 반포지구를 지나면서 더이상 민망한 꼴을 보이기
싫어 이동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에 걸터 앉아 추위에 곱아서 움직일

수없는 손으로 동호회 유니폼을 뒤집어서 배번호를 옮겨 달고 주로
에 사력을 다해 다시 뛰어 들던일! 12:00:27초의 사투끝에 골인

하고서 얻은 것이라고는 더욱 악화된 좌측 발목 골절과 우측 대퇴부
염증부상이다. 이제는 마라톤은 안한다고 마음먹었다. 하더라도

6-10km정도의 건강을 위한 조깅만을 할 것이고 대회에는 불참하기로
했다. 실제로 동호회에도 나가지 않았고 거의 3개월 동안 뛰어 보질

않았다. 그만큼 마음의 상처는 생각보다 컸던것 같다. 새해 2003년도
봄과 함께 간사한 마음이 움직인다. 밀린 동호회 회비도 납부하고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흘정도 연습하고 동아 마라톤에
출전한다. 이렇게 마라톤은 다시 시작되었고 제4회 서울울트라마라톤

대회에도 63.3km에 접수하여 이상없이 뛰게 되면 다음에 100km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접수를 완료 한다.

<<<<<<< 2, 전야제와 배번호 수령 >>>>>>>

10월 25일 토요일 오후 5:30분경 서울교육문화회관 문화예술공원 녹지
광장에 도착하니 신나는 밴드의 연주 소리와 노래소리 여성들의 함성

소리가 어우러져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 시키고 있었다. 무대주변에는
부페음식이 분주하게 준비되고 있었다. 두리번 거리다가 물품배부처

에 도착하니 똘망 똘망한 어린 소녀가 야무지게 동그라미로 체크해 가
며 물품을 배부해 준다. 이어서 추첨권을 제출하고 추첨을 하니 지난번

혹서기때 기념품과 같은 미니 허리쌕(?)을 받았다. 출발및 결승점 아치
구조물을 통과해 보면서 내일 경기에 대하여 마음을 가다듬었다. 부페

음식을 먹고 가려다가 시간이 너무 늦을것 같고 소화도 안될것 같아 돌
아가려는데 100회 한웅 선배님과 마주친다. "내일 잘뛰어 자네만 믿네!"

하시며 격려해 주신다. 근처 양재동 일식집에서 15,000원 짜리 전복죽
한릇을 사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운동화 끈에 칩을 꿰어 놓고 100회

유니폼 앞뒤로 한장씩 배번호를 부착해 놓는다. 노란색 바탕에 A227
번호와 태극 마크가 눈에 들어온다. 원정군의 병사가 갑옷을 챙기듯이

유니폼을 가지런히 접어서 가방위로 올려 놓는다. 내일의 결전을 생각
하며 조용히 눈을 감고 달콤한 꿈속을 찾아간다.

<<<<<<< 3, 기상에서 대회장 도착 >>>>>>>

2003년 10월 26일(일요일, 대회 날)새벽 3시 조금 못되어 기상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화장실에서 두 번 볼일 보고 대충 씻고 식사하고

준비물 챙기고 나니 새벽 4시 40분이 넘어간다. 초등학교 때 학교
근처에 사는 사람이 맨 날 지각 한다더니 그 꼴이다. 쏜살같이 차를

몰고 도착하여 서울교육문화회관 본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간관계
로 물품보관소 이용을 접어 버리고 차에서 뜀 복장으로 차려 입고

대회장으로 뛰어간다. 차 열쇄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건물주변 나무
밑둥 밑에다 살짝 숨겨 놓는다. 출발 5분전이라는 안내방송 소리가

들린다.

<<<<<<< 4, 출발선에서 >>>>>>>

약 700여명의 울트라 전사들이 출발선 뒤로 모여있다. 전장으로 향하
는 병사들처럼 비장한 각오로 무장한 주자들의 열기가 뜨겁게 느껴진다.

출발선 주자들 대열속으로 비집고 들어 가는데 적토마 윤덕하형님이
반갑게 맞아 주시며 앞쪽으로 가라고 주문하신다. 잘 뛰라고 격려 하신

다. 누군가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찾는다. 100회마라톤의 송골매
경기설님과 김창욱원장님이 나를 발견하고는 악수하며 응원해 준다.

경기에 참가 하지는 않지만 응원차 이른새벽에 나와 격려해 주니 참으로
고맙다. 되도록 마음을 차분히 하도록 노력하면서 대충 다리를 앞뒤로

뻗어본다.

<<<<<<< 5, 출발신호 이후 >>>>>>>

출발 신호와 함께 울트라의 힘찬 역주가 시작된다. 내앞에 6-7명의
주자가 달리고 있다. 수원사랑마라톤클럽<수사마> 복장의 권영규님은

빠른 속도로 선두를 유지한다. 작년 3회 대회에서 63.3km부문에서
우승하신 분이다. 올해는 100km부문에 출전하신다. 각종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수원사랑마라톤클럽<수사마>에 대한 강한 인상이
머리에 남는다. 제4회 서울 울트라마라톤대회를 대비하여 적지않은

선수들이 춘마에도 참가하지 않고 뜻을 세우고 출전한 움직임이 곳곳
에서 포착되고 있다. 혹시 춘마에 참가 했더라도 전력질주 하지 않고

연습주로 뛰었던 흔적이 63.3km부문 5위안에 입상한 선수 들의 춘마
기록을 조회하여 보면 알 수있다. 솔직히 오늘 입상권에 들고 싶지만

그만큼 불리한 상황이다. 세상은 아직 밝은 새벽을 기다리지만, 고요함
속에서도 새벽운동 나오신 분들이 눈에 뜨인다. 나의 앞뒤로 주자간

거리가 상당히 벌어졌다. 근처에 사시는 듯한 어느 아주머니는 손을
흔들며 정감어린 목소리로 수고하세요! 하신다.약간 서늘하고 맑은

날씨가 뛰기에 좋다. 바람도 작년처럼 불지 않는다. 계속 이어지는 흐
르는 하천위로 새벽 안개가 연기처럼 하얗게 꾸물 꾸물 피어 오른다.

주자들의 체온이 더워 지는 것처럼 주자들의 대열을 지켜보는 양재천도
탄천도 더운 열기를 발산 하는가보다. 물위를 따라 피어오르는 안개는

내가 마치 꿈속을 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환상에 젖게한다. 달리기에
너무 심취하다 보니 평상시 꿈속에서도 달리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탄천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철인 경기 복장의 두명의 주자가 나를
추월해 간다. 일주일전 조선 춘마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7분정도 단축

하며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오늘은 63.3km 울트라대회 참가다. 또
일주일후 중앙일보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

레이스는 작년과 같이 악몽같은 부상을 조심하며 중앙대회도 대비하며
조심스럽게 운영해야한다. 작년 100km서울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12

시간만에 간신히 완주한 참패를 만회해야한다. 비록 부상속에서도 다리를
질질 끄는 혈투에 가까운 레이스를 펼쳤지만 오늘은 그악몽을 훌훌 털어

버리고 벗어나야 한다. 자주 대회에 참가하는 100회클럽의 특성에 적응해
가는데에 이상이 없어야한다. 잦은 대회 참가를 지양하고 몇 개만의 대회

를 목표삼아 출전한다면 기록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다. 아직까지는
부상만 없다면 무조건 뛰고 무조건 참가하는 상황이다. 순위와 기록에

조금은 신경쓰지만 지나치게 연연해 하지 않는다. 일부 대회만을 목표로
참가하지 않고 뛰는 것이 좋아 폭넓게 참가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풀

100회완주 달성도 목표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상이 없을
지라도 몸에 무리가 생길법도하다. 주로안내 봉사자, 급수대 봉사자,

응원 봉사자등 여러 봉사자분들을 주기적으로 지나쳐 가면서 느끼는 것은
마냥 고맙다는 심정 뿐이다. 100km부문에서 종합 2위한 일본선수가 비닐

우의을 착용하고 나를 추월해 가더니 조금 가다가 소변을 보면서 나에게
다시 추월 당한다. 철인경기 복장의 두명의 주자도 다시 나에게 추월

당한다. 오늘 경기도 춘마 때처럼 일정한 속도로 뛸 수있을까 생각해 본다.

<<<<<<< 6, 첫반환점 12.5km 지점 이후 >>>>>>>

12.5km반환점을 돌아 잠실운동장 방향이다. 시간은 0:53:19초이다.
마주치는 주자들이 파이팅을 외쳐준다. 힘! 파이팅! 100회 파이팅! 5위

파이팅! 수없이 외쳐 주신다. 잠실운동장 부근으로 가까워 질수록 날이
밝아 오는 것을 느낄수 있다. 암사취수장 방향이다. 이제 부터는 매일

훈련하는 코스이다. 아직 까지 몸상태는 이상없지만 40km를 지나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반환점 29.5km를 앞두고 있다. 반환점

을 돌아오는 주자를 세어보니 전체 1위로 달리는 100km부문 권영규님
을 이어서 63.3km부문 3명의 주자가 내앞을 달리고 있다.

<<<<<<< 7, 두 번째 반환점 29.5km 지점이후 >>>>>>>

양부문 전체 5위로 29.5km반환점을 돈다. 시간은 2:07:06초 이다. 다시
잠실 운동장 방향이다. 30km정도를 지났으니 전체 코스의 거의 반을

뛰었다. 약간의 속력을 내어 본다. 앞선주자 2명을 차례로 따돌린다.
그중의 한명은 수원사랑마라톤클럽<수사마> 유니폼을 착용하였다. 이제

나는 전체 3위로 달리고 있고 63.3km부문 2위로 달리고 있다. 봉사자
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각자 맡은 임무대로 더할나위 없는 고객만족(?)

을 제공 하고 있다. 풍선막대 응원, 나팔소리 응원, 힘내세요! 구호, 오차
없는 주로안내등 최선을 다하는 명품 봉사이다. 비닐우의를 착용한

100km 부문 2위 일본선수가 나를 추월하여 질주한다. 수많은 주자들과
교차 하면서 생각해 본다. 직장동호회 지역동호회 그많은 클럽 이름들이

그들의 유니폼에 새겨져 있다. 수많은 풀뿌리 동호회들이 조직되어
있어 나름대로 활성화 되어있다. 모두가 우리나라 아마 마라톤계를

비롯하여 마라톤 저변확대에 크나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들을
통하여 우리나라 마라톤계가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동호회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는 같은 동호회나 마찬
가지로 마음이 이어져 있다. 마치 서울마라톤클럽 만남의 광장을 통하여

여러다른 동호회가 따듯한 정을 공유하듯이 말이다. 나는 다시 일본
선수를 내뒤로 따돌리고 무리없이 안정된 질주를 계속한다. 급수대에서

스포츠 음료와 바나나를 집어 들고 뛰면서 먹는다. 잠실운동장을 지나고
풀코스 거리를 지나 동호대교를 지난다.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운동장

트랙입구에서 여러명의 100회 회원님들이 음료를 준비하여 지나는 주자
들에게 봉사한다. 환갑의 sub-3주자 영원한 젊은 형님 이광택형님을

비롯하여 이번 춘마에서 새롭게 2:56:53초로 sub-3주자로 등극한 송골매
경기설아우님은 카보샷과 꿀물을 공급해 준다. 김창욱원장님도 고맙다.

새벽에 출발지점에서 이곳으로 이동하여 새벽훈련을 마치고 봉사하는
것으로 안다. 정성이 고마워 마음에 감동이 온다. 다른 주자들에게도

똑같이 공급해 달라는 뜻으로 전체양의 반쯤을 먹었다. 양부문 전체
3위 63.3km부문에는 2위로 달리고 있다. 몸에는 아직 이상이 없다.

반포대교 오르막길에서 100회 마라톤 강혜승원장님은 2위! 외치며
파이팅! 한다. 여자의 응원을 받으니 새롭게 힘이 난다. 63.3km 1위

선수가 세 번째 반환점을 돌아 나를 교차한다.

<<<<<<< 8, 세 번째 반환점 46.475km 지점이후 >>>>>>>

나도 드디어 세 번째 반환점 46.475km를 돈다. 3:21:16초이다. 그런데,
무슨 하얀 비행물체가 내앞에 날라 왔다가 날아가 버린다. 비둘기가 날아

오는줄 알았다. 뛰느라고 정신없어서 그냥 지나 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스물아홉 박연호님의 고무줄 고무신 행위예술 쇼 였던 것이다. 웃음이

절로 나오는 깜작 이벤트로 즐거움을 더해주는 아이디어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해를 거듭할수록 서울 울트라마라톤 대회는 볼거리가 다양한

입체적인 축제가 될 전망이다. 다시 잠실운동장 방향이다. 내가 추월
했던 100km 부문 2위 일본선수가 약간 힘든 얼굴로 교차한다. 두세명의

63.3km 후속 주자들이 세 번째 반환점을 향해힘차게 달린다. 그중 수원
사랑마라톤클럽<수사마> 소속 주자는 같은 회원인듯한 분이 동반주

해준다. 그만큼 승부욕이 강한 클럽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순간 후속
주자들에게 추월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속도를

약간 높이는 기분으로 질주한다. 마지막 10km 남겨놓고 승부를 걸려고
계획 했었다. 100회 황의순이사님의 응원을 뒤로하고 다시 동호대교직전

100회 자원봉사장소를 힘차게 통과한다. 조금을 더가다가 100회 정용태
총무님의 하이파이브 응원을 받는다. 어느정도 달리는데 자원봉사자 한

분이 바로앞 500m전방에 1위가 있다고 잡으라고 격려해 주신다. 그러나,
겸손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린다.

<<<<<<< 9, 웃지못할 영동대교부근 비타민약 사건,교훈 >>>>>>>

영동대교부근 급수대에서 물컵을 잡는 순간 아주머니 봉사자분이 정성
스러운 마음으로 민첩하게 비타민! 외치며 비타민약을 건넨다. 후속 주

자가 접근한다는 기분에 얼떨결에 입에 넣고 물을 마신다. 크기가 동전
크기만 하다고 기억된다. 이게 왠일인가. 식도중간에 걸려서 내려가지도

않고 다시 나오지도 않는다. 구역질이 몇 번 나온다. 목구멍에 경련이 일
어 나는것같다. 다시 돌아 가서 물을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침이라도

삼키며 넘기려고 애써본다. 침도 잘나오지도 않고 토할것같은 구역질이
반복된다. 난감하다. 정말 난감하다. 일부러 발에 충격을 주면서 달린다.

중력으로 내려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위기를 맞을 것인가 극복이 될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지 궁금하다. 양재천 방향으로 방향을

틀자 오아시스 같은 급수대가 나온다. 물을 최대한 마셔보지만 목에
걸린 비타민약은 요지 부동이다. 순간 육군 정비창이라고 새긴 유니폼을

착용한 손무학님이 힘차게 나를 추월해 간다. 더 이상 지체할 수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뛰기 시작한다. 풀코스 2:40분대 주자 손무학님을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힘차게 달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만 볼 뿐
이었다. 구역질이 날것 같으면서 안나고 트림이 날것 같으면서 안나고

정말 고약한 상황이 레이스를 더욱 어렵게 했다. 최선을 다해서 침을
삼키는 것이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침을 삼키는 기분으로 속도를

늦추지 않고 가까스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다. 발바닥은 계속 땅을
치는 듯이 달렸다. 중력으로 비타민이 내려가게끔 말이다. 식도에 걸린

비타민약은 요지부동이다. 숨을 들이쉬면 토할것같아 금방 내쉬게 된다.
눈에는 눈물도 고인다. 95km표지판을 통과한다. 97-98km 표지판 부근

을 지나면서 급수대에서 물을 한꺼번에 입에 많이 물고 확넘겨본다. 조금
나아 지는것같지만 아직도 비타민약은 식도에 걸려있는 느낌이다.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어 봉사자분께 따라붙는 주자가 있느냐고 물어본다.
무슨 뜻인지 못알아 듣는 눈치다. 몇발짝 더 달리니 뒤에서 안정권! 안정

권!하는 봉사자님의 소리가 들려온다. 순간 목구멍이 트이는 것을 느낄
수있었고, 주로에서는 물한모금 마시더라도 침착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

었다. 나는 오른손주먹을 하늘로 치켜 올리며 파이팅! 소리를 하늘높이
외치며 속도를 높인다. 99km표지판을 통과하면서 시계를 본다. 4:35분대

이다. 애초에 목표를 세운 작년 우승자 기록을 세울 것 같은 기분이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다리를 연상시키는 둥글게 중간이 높은 하얀 다리

위에서 뒤를 돌아보니 후속주자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순간 짧고 편안
하고 무엇인가 이루었다는 안도감이 스쳐갔다.다리를 지나 숲속을 지나

는데 3위 이정진선수가 들어오고 있다는 방송소리가 들려온다.

<<<<<<< 10, 63.3km부문 종합 3위로 골인! >>>>>>>

그렇게 무념 무상으로 결승점 아치를 통과하여 63.3km 종합 3위 결승
테잎을 몸에 감았다. 4:40:57초 기록이다. 작년 우승자의 기록보다 1:14초

쳐지는 기록이다. 비타민약 사건만 아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완주메달이 목에 걸려지고 종합 3위 순위표가 동시에 목에 걸린다.

봉사자의 따듯한 손길로 타올이 몸에 덮어진다. 수고 했어요. 대단합니다.
라는 격려의 말과 함께 의자에 앉아 두분의 봉사자님께서 칩을 풀어 주

시고 운동화 끈을 느슨하게 풀어 주신다. 나는 계속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를 되풀이 하였다. 마지막에 토하지 않고 그나마 잘달린 것만

으로도 천만 다행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작년 좌측 발목 골절과 우측
대퇴부 근육 염증의 부상속에서 100km부문에 무모하게 참가했다가 정말

로 헤매었고 얼마나 추위와 칼바람에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었던가
오로지 정신력으로 포기하지 않고 12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던 설움아닌

설움을 1년이 지난 이순간 완전히 날려 버렸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연
을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나자신만이 그것을 알 뿐이고 문제를 극복

하는 과정을 자신에게 확인할 뿐이다. 앞으로 63.3km 부문과 100km
부문에도 다시 도전 할것이다. 물론 풀코스에도 계속 도전할 것이다.

기록은 언저리의 문제일 뿐 나에게는 큰관심이 없다. 다만 나의 타고난
능력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는가 하는 문제 일 뿐이다. 인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서 술을 통하여 인생을 논하고,
노래를 통하여 인생을 즐기고, 춤을 통하여 인생을 음미한다. 혹자는

문학을 통하여 인생을 논한다. 우리 뜀꾼들도 마라톤을 통하여 인생을
논할 뿐이다. 나의 아들녀석 준영이와 예쁜 딸 고은이에게 아빠로서 보여

주고픈 정신세계이다. 기록은 훈련의 결과이다. 인생의 결과도 하늘에
달렸다. 인생을 최선을 다해 달릴 때 좋은 결과가 주어질 수 있는 가능성

이 큰 것이다.

<<<<<<< 11, 결승점에서의 풍경 >>>>>>>

월계관을 머리에 쓰고 완주패를 받아들고 완주 기념 촬영을 마쳤다. 잠
시후 100회의 박용각형님이 장년부 1위(종합순위 7위)로 골인한다. 대회

때마다 항상 “가정의 행복을 위하여”라고 쓴 흰종이 모자를 쓰고 달리는
분이다.

2002년도 KU주최 대한민국 종단 550km 울트라마라톤(서바이벌) 대회
에서 2위의 출중한 성적을 거둔 바있다. 박용각 형님은 이번에 상하나

못타면 마라톤 세계를 떠나겠다고 중대 발표를 한 바 있는데 입상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이제 sub-3와 풀100회 완주만 달성 하시면 마라톤에서의

모든 목표를 달성하시는 셈이된다. 적포도주와 국밥이 제공되었다. 나는
술에 약하지만 적포도주는 몸에 좋다고 하니 감미롭게 목으로 넘겼다.

몸이 약간 뜨끈 뜨끈 해지는 것 같다. 승리의 축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영광스러운 수상식에서 나도 다른 주자처럼 내가 속한 동호회

100회마라톤 유니폼 복장으로 상장, 트로피, 상품으로 운동화를 받고
종합 1위에서 5위까지 기념 촬영을 하였다. 나의 마라톤 시작 28개월만

에 가장 뜻깊은 상을 받은 셈이다. 1위 수상자 손무학님은 4:35:56초로
63.3km 부문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나는 악수로 축하드리면서 다음에

또만나자고 말했다. 손무학님은 나의 앞주자 까지 따돌리며 가공할 뒷심
을 발휘 하셨다. 바로 이것이 충실히 훈련 할 때 여러 가지 결과가 주어

질 수있는데 가장 좋은 결과가 하늘로부터 주어진 경우이다. 서초동에
있는 사무실에 들려 간단히 씻고 옷도 갈아입고 다시 대회장에 돌아

왔다. 수원사랑마라톤클럽<수사마> 권영규님의 100km부문 한국 신기록
작성의 역사적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 보았다. 정말로 좋은 경험이었고

일본 선수의 도전속에서 1위를 지켜낸 권영규님이 더없이 자랑 스러웠다.
나는 현장에서 감동적인 축하의 박수를 한없이 쳐댔다. 진정한 아마추어

최고 승리자의 모습을 나의 가슴속에 깊이 새겼던 것이다. 나이50을
넘나드는 영광의 꺼지지 않는 승자의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우리의 역사속에서 혹시 잃어 버렸을 수도 있는 선조의 민족정신을,
선조가 우리 후손에게 이어 주고자 하는 가슴 시리도록 후련한 무엇

인가 알것같은 강인한 정통성을 골인하는 그의 얼굴에서 엄숙하게 발견
하고 느낄 수 있었다. 나와 40km이상까지 추월을 되풀이 했던 일본선수

고니시 다케오 선수가 100km부문 2위(7:34:52초)로 골인하고, 또다른
일본 선수 아키야마 마사미 선수가 3위(7:48:48초)로 들어 왔다. 골인하는

일본선수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그들은 무섭도록 정신력이 강하고
독종이라는 느낌이다. 4위로는 한국의 이강연님이 7:59:55초로 골인했고

5위로는 떠오르는 별 채성만님(중구청, 100회마라톤클럽)이 8:03:42초로
작년 자신의 기록을 무려 53분여를 단축하며 골인했다. 불과 일주일전

조선 춘마에서 2:51분대의 자신의 최고 기록을 작성했고 경사의 연속이
다. 나는 영광의 승자 채성만 선배님에게 악수를 청하며 진심으로 축하

한다고 말했다. 조직위의 10 여명 이상되는 자원 봉사자 분들이 식사를
하다말고 무더기로 몰려와 축하를 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압권중의 압권

이었다. 왜 떠오르는 별이라고 칭하는지 그인기를 실감하는 부러운 순간
이기도 했다. 평소에 채성만 선배님의 훈련모습을 거의 본적이 없다. 분

명 훈련없이 이런 성적을 거둘리 없을 것이다. 댁이 한강변근처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서 훈련을 하는 것일까? 혼자만의 전용 도로가 있을

까 궁금하다. 조금후 적토마 윤덕하 형님이 6위(8:09:22초)로 작년 자신
의 기록을 35분여를 단축하며 골인했다. 축하의 악수를 건냈고 형님은

잊지 않고 나의 순위를 물으신다. 답례로 3위 달성을 축하해 주시면서
형수님까지 인사시켜 주신다. 형수님의 내조가 큰힘이 되지 않았나 싶

다. 아뭏든 떠오르는 별이나 적토마나 그 괴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연구
대상이다. 1위 하신 권영규님이 찾아와 윤덕하형님에게 축하하는 모습도

눈에 뜨인다. 골인하는 주자에게 일일이 완주 메달을 걸어 주시며 따듯
하게 악수해 주시고 축하해 주시는 박영석 회장님의 모습은 친근한

아버지의 모습 그자체였다. 다른 사람에게서 느낄 수없는 뜨거운 정
이었다. 주차 할인권을 잊지 않고 메모까지 하며 끝까지 챙겨주는 조직

위의 봉사자 모습에서 100점대회가 그냥되는 것이 아님을 배웠다. 박영석
회장님이하 윤현수 조직위원장님을 비롯한 모든 봉사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인사의 말씀과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올린다.

<<<<<<< 12, 다시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를 찾아서 >>>>>>>

대회장을 빠져나와 주로에서 만났던 100회 회원 봉사자분들께 감사
인사하러 떠난다. 한강시민공원 잠원 지구 운동장트랙옆 100회훈련

모임장소에 오후 3시못되어 도착하니 모두 철수하고 아무도 만나 볼
수가 없었다. 100회 회원 여러분 모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파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되새겨본다. 여전히 100km주자들의 행열은 계속 이어
지고 있었다. 100회의 마스코트 남궁만영 아우님을 만나 주자들을 위해

박수 응원을 한참동안 갈이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요즘 부상으로
대회에 정상 컨디션으로 참석하지 못하며, 앞으로는 풀코스 위주로

100km울트라 까지만 집중하기로 했다. 풀코스 기록도 2:30분대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속히 부상에서 완쾌되어 주로에서 펄펄 뛰는

남궁만영 아우님의 모습을 앞세우며 나자신도 2:40분대로 진입하기로
같이 다짐도 했다. 남궁만영 아우님은 다시 골인지점으로 차를 몰고

갔다. 마라톤에 대한 아우님의 열정과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절둑
거리며 달리는 100회의 한웅 선배님께 걱정스런 인사를 드리며 귀가

하였다. 완주하신 분이나 도중에 뜻을 접고 다음으로 미루신 분 모든
참가자분께 축하드리고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린다.

<<<<<<< 13, 작은 소망을 품고서 내년을 기약 한다. >>>>>>>

다음과 같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본다. 멀지 않은 장래에 서울 평양
마라톤길도 열릴것이라고 본다. 서울마라톤 봉사자 및 조직위원회 여러

분들이 주관하는 대회가 휴전선을 넘어 북한 땅에서도 개최 되었으면
한다. 건강 마라톤대회를 비롯하여 하프대회 풀코스 대회를 이번 스텝진

여러분들이 그대로 옮겨가서 개최하는 것도 기대하여본다. 더나아가서
남북을 잇는 울트라 마라톤대회(서바이벌,스피드 부문을 망라해서)도

서울 마라톤클럽이 주관이 되어 멋지게 열어 주기를 앙망하여 본다.
민족적인 환희를 가슴에 담고 신명나게 달려 보고 싶다. 바로 그날이

오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서울 울트라 마라톤대회에는 계속 참가 할
것이다. 내년대회가 기대 된다. 우리는 주로에서 계속 만날것이고 우리

들의 순수한 열정은 하나로 계속 이어져 내려갈 것이며 아름답게 축복
으로 승화될 것이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정진 올림.
(www.100thmarath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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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혜승님의 댓글

강혜승 작성일

이정진님

저의 하찮은 응원에 힘이 나셨다니 제가 오히려 감사하지요..

지난 일요일 울트라 주자중 두번째로 달려오시는 100회의 유니폼을 보고 제가 얼마나 자랑스럽던지요.. 정말 소리높여 축하를 드리고 싶습니다.

입상하신것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100회의 위상을 높이 세우셨습니다.
빠른 회복 기원하겠습니다.

이정진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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