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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님의 완주기(서울마라톤 게시판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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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창욱 댓글 1건 조회 1,756회 작성일 03-10-29 11:25

본문

한강과 함께 한 11시간의 여정
- 100km 대장정을 마치고

< runner’s high을 동경하며 >

“이제 좀 그만해”, “이번 울트라가 마지막이지?”
아내는 나에게 다짐을 받으려는 듯 물어본다.
하긴 주말이면 달리러 경향각지를 돌아다니는 남편이 되어버렸으니 좋아할 리 만무겠지?
하지만 오히려 아내에게 말한다. “한번 달려봐. 상쾌한 기분을 얻을 수 있을 거야”, “부부마라톤클럽이 많은데 우리도 거기 가입할까?”
달리는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runner’s high, fun run, 즐.달 등등.
이러한 조각 기쁨이 쌓여, 드디어 울트라에 입문해야겠다는 생각이 실천으로 이어졌다.
10월 26일의 결전을 향한 내달음.

< 설레임의 새벽 >

새벽 2시 50분.
맞춰놓은 시계가 이제 그만 일어나라 한다.
어제 밤 10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지만 뒤척이다 보니 11시가 넘어서 잠에 든 것 같다.
4시간도 채 자지 못했지만 대장정을 앞두고 긴장과 기대감으로 가슴이 울렁이고 있다.

아내가 준비해 준 약밥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콜택시로 집을 나선 시각이 3시 30분. 차는 어둠을 뚫고 30분도 지나지 않아 출발점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 도착했다. 그곳은 속속 들어서는 참가자들의 차량 불빛으로 가득했다.

벌써 대회장에는 많은 참가자들이 도착해 있었다.
번호표와 참가기념물품을 수령하고, 제1관문에 맡길 짐을 별도로 챙기는 사이 다른 참가자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모두 결연한 각오로 대회에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몇몇 참가자들은 여러 번 참가했는지 여유 있어 보였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함께 출발지를 향한 이동.
같은 직장에서 참가한 김실장님, 유부부장, 김부지점장과 함께 모여서 서로의 완주를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쳤다. 모두 첫 경험이기에 완주의 기대가 클 것이다.

10월말의 차가운 새벽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한 커피로 마지막 몸을 데우는 모습. 나는 생수 한 잔으로 목을 축였다. 드디어 출발 10초 전, 9, 8, 7하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서서히 대회에 몰입하게 되었다. 출발함성과 함께 시작된 100km 대장정! 600명 이상 되는 참가자들이 좁은 조깅코스를 뛰느라 초반에는 스피드를 내기가 힘들었다.

< 서울울트라마라톤 코스 >

서울교육문화회관 문화녹지공원 녹지광장에서 출발해, 양재천을 지나 탄천과 합수지점에서 탄천상류지역으로 6.2km정도 올라간 다음, 다시 탄천을 타고 한강과 합수지점으로 돌아오게 된다.(이 지점까지 21km) 이후 한강고수부지를 주행하게 되는데, 광진교를 지나 한강공원 강나루지구의 거의 끝부분까지 갔다가 다시 반대방향으로 돌아서 방화대교까지 갔다가 원래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한강고수부지만 35km내외로 왕복 70km가까운 거리이며, 양재천과 일부 탄천구간으로 모두 100km의 코스를 구성했다.
대체적으로 평탄한 코스이고 강변을 따라 뛰기에 울트라마라톤 코스로는 최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 어둠속에 달린 초반 15km >

어둠이 드려있는 양재천의 좁다란 조깅코스를 600명 이상의 건각들이 동시에 뛰는 모습은 아주 장관이다. 대부분 즐거운 모습으로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며 뛰고 있다. 어차피 초반에는 서서히 몸을 데워야 하기에 모두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뛰지만, 그래도 조급증에 이리저리 인파들 사이로 질주하는 사람도 있다. 하루 종일 뛰어야 하는 먼 길인데 새벽 일찍부터 왜 저리 서두르는 것일까?

지난 8월 첫 울트라마라톤을 뛰었다.
통상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넘는 거리를 뛰는 것은 모두 울트라마라톤이라 통칭한다. 무더위가 다소 수그러진 8월 30일 한밤중에 이루어진 65km 강화 햄(HAM)울트라 마라톤대회였다. 100km를 준비하는 직장 동료들 4명과 같이 뛰었다. 그때는 스피드방식이 아니라 서바이벌방식이라 더욱 힘겹게 느껴졌다. 먹고, 마실 것을 배낭에 넣어서 뛴다는 것이 거리가 더해갈수록 커다란 고행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에 충분히 먹고 마실 것이 제공되는 스피드방식이 아닌가?

첫 5km 35:19. 예상보다 늦은 시간이다. 65km를 뛰어본 전례로 1km당 6분 30초 내외 완주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고, 후반부 힘이 딸리면 7분대로 달릴 예정이었다. 전반부는 10km를 1시간 5분대, 후반부는 1시간 10분대. 이렇게만 밀고 나갈 수 있다면 11시간에서 12시간 사이에 완주가 가능할 것이다. 일단 목표는 12시간내 완주로 잡았다. 목표대비 조금 늦은 첫 5km. 몰려서 뛰던 인파들도 조금씩 간격이 벌어졌다. 6.3km지점에서 탄천 상류쪽으로 진입. 조금씩 속도를 내어 보지만, 초반 페이스를 무리하지 않게 조절해야 겠다는 생각과 아직도 차가운 기온이기에 좀 더 빨리 뛰어 몸을 데워야 겠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1km당 6분 30초로 뛰자!

10km통과시간 1:07:41. (두번째 5km 32:22) 목표하던 시간대에 안착하였다. 초반 20 ~ 30km까지는 이 속도로 밀고 나가자. 장거리 경주이기에 급수대마다 충분한 음료와 간식을 먹었다. 차가운 날씨때문인가? 몸에 땀은 나질 않고, 마신 물로 인해 자꾸 소변이 보고 싶어진다. 수시로 적당한 자리를 찾는다. 하지만 나만 그런게 아닌 모양이다.

15km통과시간 1:37:13 (세번째 5km 29:31) 이제 어둠이 걷히고 날이 밝아온다. 벌써 1시간 30분을 이상을 어둠속에서 뛰었다. 하지만 양재천에서도 탄천에서도 그 어둠속에서도 간간히 운동하려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을 깨우는 사람들. 날이 밝아 오는 것을 보며 뛰는 기분이 싱그럽다. 야간등산 시 정상에서 해돋이를 바라보는 기분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하지만 산에서는 능선을 타거나 내려오는 일이 남았겠지만, 나는 아직 85km를 더 뛰어야 한다. 이제 시작인 셈이다.
첫 5km가 다소 늦었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12.5km의 탄천Turn지점에서 되돌아 오는 참가자들을 보니 이거 내가 너무 천천히 뛰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몸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스피드를 냈다. 이제 km당 6분내외다.

< 두번째 반환점 30km를 지나며 역주하다. >

20km통과시간 2:07:00. (네번째 5km 29:47) 이제 탄천을 벗어나 한강이다.(20.85km지점). 떠오른 태양이 한강을 환히 비추고 있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도 그들과 함께 탁 트인 한강 고수부지를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달린다.

25km통과시간 2:36:15. (다섯번째 5km 29:15) Km당 6분의 속도가 부담없어 좋다. 특히 첫 5km를 몸이 충분히 풀릴 정도로 천천히 뛰어서, 몸이 서서히 데워진 탓에 컨디션이 아주 좋다. 지난 8월말의 강화울트라에 비해 배낭이 없는 탓에 그만큼 속도를 더 내어도 부담이 없는가 보다. 일단 km당 6분대로 고수하기로 작전 변경.

30km통과시간 3:04:00. (여섯번째 5km 27:45) 편한 마음으로 달리다 보니 속도가 조금씩 빨라진다. 두번째 반환점인 광나루유원지로 가다보니 수많은 참가자들이 내 앞을 달린다. 반환점을 돌아오며 언뜻 세어보니 내 앞에 뛰고 있는 사람들이 250여명이나 된다. 600여명이 참가했는데 250번째면 조금만 더 처지만 중간이하의 성적이 아닌가? 내 뒤에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았던 김실장님도 벌써 반환점을 돌아오고 있다. 조바심에 약간 더 속도를 내었다. 하지만 몸에는 큰 부담이 없이 아주 편안하게 느껴진다. 반환점부근의 급수대에서 김가루에 말은 김밥을 아주 맛있게 두개 먹였다. 주자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김가루에 김밥을 말은 정성이 돋보인다. 아직 몸이 덜 데워진 탓인지 마신 물이 모두 소변으로 나오고 있다. 벌써 네 번째 소변을 보았다. 반환점을 돌아 조금 더 달리니 건너편 주로에 유부부장과 김부지점장이 정답게 동반주로 달려오고 있다.

< 53km 여의도 제1관문까지의 순항 >

35km통과시간 3:31:05. (일곱번째 5km 27:05) 스피드를 올리니 서서히 몸이 데워진다. 하지만 아직도 강바람이 차갑다. 광나루 반환점이후 상당수 주자들을 따라 잡고 있다. 아직 몸에 무리가 오지 않지만, km당 5분 30초대의 속도가 내심 부담스럽다. 초반 1분은 후반 10분이라던데… 무리하지 않아야 할텐데 하면서도 km당 5분 30초대로 달리고 있다. 특히 다른 주자들을 추월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조금씩 속도가 빨리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따라 잡으려고 하고, 상대방은 따라 잡히지 않으려 하다 보니 조금씩 속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40km통과시간 3:59:59. (여덟번째 5km 28:54) Km당 5분 40초대. 10km당 1시간이내의 속도를 기록했다. 40km를 4시간 안에 들고 보니 sub-10의 욕심이 생긴다. Sub-3는 만만치 않지만, sub-10은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42.195km을 4:12:25에 통과하였다. 최근 풀코스 기록이 안정적으로 3시간 40분 ~ 45분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보다는 30분 정도 늦은 기록이다. 물론 42km와 100km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 정도 기록이면 크게 무리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자신의 풀코스 최고기록보다도 더 좋은 기록으로 42.195km를 통과한 사람들이 꽤 된다고 한다. 이게 바로 정신력 아니던가?

45km통과시간 4:29:06. (아홉번째 5km 29:06) 약간 속도가 떨어졌지만, 아직도 km당 6분이내로 달리고 있다. 40km가 넘은 지점. 100회 멤버들이 주로에서 격려를 해준다. 꿀물을 들고 권해주는 총무님, 부총무님의 모습을 보니 힘이 솟는다. 43km지점에서도 100회 회원들이 격려를 해 준다. 여기서도 꿀물 한 잔하고 이내 내달린다.
마라톤에 입문하면서 고수들의 가르침이 내내 아쉬웠던지 회사 밖 마라톤클럽에 가입하게 되었고, 여기서 만난 고수들의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라톤을 사랑하고, 달리기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 그들을 만난 덕택에 8월 이후 일곱 번의 풀코스와 1번의 울트라(65km)를 무리없이 완주할 수 있었다.

50km통과시간 4:58:30. (열 번째 5km 29:24) 이제 약간씩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구간은 평소에 즐겨 달리던 반포에서 여의도 방면이 아닌가?
53km 제1관문이 위치한 여의도 원효대교 부근. 이제 대장정에 나선지도 5시간이 넘었다. 목표시간보다 다소 빠른, 아침 10시 10분대에 여의도에 도착한 것이다. 맡겨둔 짐을 찾아 그 중 양말만 갈아 신었다. 이제 해가 중천에 떠 올랐지만 강바람이 차가운 탓에 긴팔 상의와 긴 타이즈는 그대로 입고 뛰기로 하였으며, 발바닥에는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바세린을 듬뿍 발라 물집을 예방하고자 했다.
이 곳에서 연두부도 먹고 힘을 비축하며, 6~7분간 휴식을 취했다. 좀 더 쉴까 하다가 곧장 출발하는 사람들도 보이기에 나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55km통과시간 5:35:00. (열 한번째 5km 36:30) 체크포인트에서 조금 쉬었지만 이제 많이 힘들다. 하지만 곳곳에서 깃발을 흔들며 배번호나 이름을 부르며 응원하는 주최측 자원봉사자 격려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 서서히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한 60km ~ 70km 구간 >

60km통과시간 6:06:29. (열 두번째 5km 31:30) 이제 km당 속도도 다시 6분대로 느려졌다. 기록으로 볼 때 sub-10은 서서히 물 건너 가고 있다. 오히려 더 지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앞을 보고 뛰는 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하기 어렵다. 언제쯤 이 길의 끝이 보일까?

65km통과시간 6:38:34. (열 세번째 5km 32:05) 안양천 합수지점을 지나 가양대교, 방화대교방면은 자주 뛰지 않았던 곳이기에 거리감각도 없을 뿐더러 상당히 지루하게 여겨지는 코스였다. 방화대교를 거의 다 간 지점이 있다던 3번째 반환점은 가도가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내 체력도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65km를 지난 급수대에서 맛있는 전북죽을 끓여 제공하고 있었다. 한 그릇 거뜬히 비우고 돗자리에 누워 몸을 풀었다. 4~5분 정도 소요.
다시 출발하지 마자 건너편 주로에서 김실장님이 뛰어오며 “신동민”하고 크게 외치신다. 힘이 넘쳐 보인다. 나는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손만 가볍게 흔들었다.

70km통과시간 7:15:02. (열 네번째 5km 36:28) 이제 7부 능선을 넘었다.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선 시각. 시간으로는 낮 12시가 막 지난 시점이다. 남은 30km는 km당 7분 ~ 8분대를 유지한다면 11시간내외에 완주하게 된다. 마지막 체력이 문제다. 전복죽을 많이 먹어서 인지 속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화장실에 갈 형편도 못 된다.

75km통과시간 7:51:44. (열 다섯번째 5km 36:42) 현저히 속도가 늦어져 km당 7분대에 들어섰다. 이제 자원봉사자들의 응원에도 대답할 기운이 없다. “대단하십니다.”라고 격려해주는 모습이 오히려 대단해 보였다. 이 상황에서도 빠른 속도로 나를 추월해 가는 사람들이 있다. 굉장한 체력이다. 75km 통과 직전인 서강대교 부근 급수대에서 또 한 번 돗자리에 누웠다. 파아란 가을하늘을 보니 기분이 참 좋다. 하지만 몸은 천근만근. 자원봉사하시는 분이 신발을 벗지 않은 상태인데 신발까지 어루만지시면서 다리와 발바닥 근육 맛사지를 해주신다. 나라면 다른 사람의 신발을 어루만지며 맛사지 할 수 있을까? 너무나 감사했지만, 워낙 경황이 없어서 기어가는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길을 나선다.

< 마지막 사투 80km 구간 >

80km통과시간 8:26:56. (열 여섯번째 5km 35:12) 중간에 많이 쉰 것도 아닌데 35분대를 기록했다. 다리근육이 단단히 뭉쳐서 이제 급수대마다 풀어주어야 한다. 여의도를 지나며 평소 훈련하던 코스를 생각했다. 춘마연습을 하며 토요일 아침 이곳에서 출발하던 기억들. “자, 이제 이곳에서부터 새로 시작하는거야” 스스로 최면을 걸어 본다. 평소 거리감각이 있는 구간이었기에 힘겨운 가운데서도 조금은 낫다.
83km 제2관문도 정해진 시간 내에 통과.

85km통과시간 9:02:03. (열 일곱번째 5km 35:06) 이제 체력은 바닥이 드러났다. 간간이 걷는 사람들을 보니 걷고 싶은 충동이 앞선다. 하지만 고통의 시간만 길어질 뿐이다. 동호대교에서 청담대교까지 구간은 좁은 주로 밖에 없어서 길가에 쉴 공간이 없다. 조그마한 잔디밭이라도 있다면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다.
거의 90km에 근접한 압구정지구 선착장부근의 급수대에서, 너무 힘이 들어 파인애플 한 컵을 들이마시고, 콘크리트 바닥에 그냥 누웠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때문인지 눕자마자 왼발에 쥐가 난다. 결승점을 불과 10여km를 남기고 쥐가 나다니… 이내 참고 일어섰다. 더 있다간 쥐가 온 몸으로 번질 것 같았다. 힘들더라도 서서히 뛰는 편이 오히려 낫을 것 같다. 이러다간 11시간 내에도 완주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 구세주와 함께 한 90km 구간 >

90km통과시간 9:40:08. (열 여덟번째 5km 38:06) 오른발 두 번째 발톱이 좋지 않다. 바세린을 그렇게 발랐는데도 왼발은 엉망이 된 모양이다. 일주일전 춘천마라톤때 문제된 발바닥 물집이 또다시 터진 모양이다. 이제 무시하고 참고 뛰는 수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그래도 한강과 탄천의 합수지점에 다다르니 이제 다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은 10km.
이때 만난 구세주. 호미곶마라톤클럽소속의 한 분이 의도적으로 지친 나와 동행주를 하신다. 지난해 100km 기록이 9시 40분대라는 이 분은, 이번 대회는 부인과 함께 뛰었는데 부인은 53km지점 제1관문에서 포기했단다. 자꾸 쳐지는 나를 위해서 속도를 늦쳐 주고 격려해 준다. 조금씩 따라 붙다보니 어느새 95km지점. 이제 확실히 10시간대 완주가 눈이 보인다.

95km통과시간 10:14:31. (열 아홉번째 5km 34:23) 이제 속도가 다소 안정적으로 당겨졌다. 마지막 남은 5km. 양재천 영동5교를 지나 목적지로 향한다. 남은 5km, 4km, 3km… 산책하러 나오신 분들도 주자들을 격려해 주신다. 이제 조금씩 힘이 살아나 “감사합니다”, “히~임”, “파이팅” 등의 말로 응답할 수 있다.
98km지점 마지막 급수대에서 물 한잔으로 목을 축인다. 이제 다 왔다. 마지막 spurt.
1km남은 99km지점. 멀리서 구름다리가 보인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격려를 보낸다. 골인점의 대형아치. 자신만의 골인장면사진을 위해 나보다 먼저 도착한 주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10시간이상 뛰었는데 10초만 기다리시면 자신만의 멋있는 골인장면을 담을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온다. 그래 10시간이상도 버텨왔는데 10초 정도야…

< 가을운동회를 맞이하는 소년의 마음으로 >

100km통과시간 10:47:30. (스무번째 5km 32:58) 이제 대장정을 마쳤다. 들어오자마자 잔디밭에 누웠다. 녹지광장의 잔디와 숲과 파란 하늘이 조화롭다.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다. 그것도 잠시. 왼쪽 종아리에 쥐가 온다. 조금 있다 보니 오른다리도, 왼쪽 옆구리에도 쥐가 내린다. 가만 보니 온 몸이 성한 곳이 없다. 이미 발가락 피물집은 터져서 양말은 피로 물들어 있다. 계속 다리 마사지를 해주니 조금씩 나아진다.

결승점의 모습은 가을운동회의 정취를 떠올리게 한다. 결승점 몇 미터 전에서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결승점을 통과하는 모습. 결승점을 통과하자마자 기다리는 자녀의 뺨에 뽀뽀를 하는 아빠의 모습. 힘겹게 들어오는 남편을 향해 “여보”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정겹게 뛰어가는 아내의 모습. 동료들과 함께 손을 잡고 결승점을 통과하는 다정한 모습 등등.

다시금 드높은 가을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나대신 예비자교리반의 성지순례를 떠난 아내와 한솔을 생각한다. 가족의 기도때문이었을까? 첫 100km 울트라를 대체적으로는 편안한 마음으로 완주하게 됨을 감사한다. 그것도 목표로 한 12시간 이내완주보다 1시간이상 빠른 10시간 47분대 완주. 주행중 결코 걷지 않는다는 내 나름의 원칙도 지켜졌다.
갑자기 몸과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왜 내려갈 정상에 올랐냐고?” 그건 화두로 두고 가는 편이 낫겠다.
하지만 완주후의 따듯한 김치국밥과 포도주 한 잔을 마셔본 사람은 그 기쁨이 얼마나 큰 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또 울트라를 할거야?”
“다음은 Nichinan울트라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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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신두식님의 댓글

신두식 작성일

보통사람들의 보통이야기인지?....
언젠가는 나도 가야할길.. 같은...
천부적인 체력을 타고 나지 않은 보토사람들..
노력으로 일구어낸 투지에 경의를 표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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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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