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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춘천대회 참가기] 강을 닮아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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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석산 댓글 1건 조회 1,539회 작성일 03-10-31 08:49

본문

풀코스를 50 여 회 정도 완주한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참으로 궁금했었다. 그리고 언젠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물어 보지도 못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한테 그 무언의 질문을 받게 되었다.

" '100회 마라톤(클럽)'은 100회를 뛰었다는 것인가요?"
"아니요. 100회를 목표로 합니다."
"몇 번 뛰셨어요?"
"52회 째입니다."
"와! 대단하시네요? ..."

이런 저럼 얘기를 하는데, 문득 그 분이 무슨 생각으로 달리느냐고 물어볼 것만 같았다. 말을 중단하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보송보송한 솜뭉치 같았고, 주변에는 온통 단풍이다. 나는 차라리 구경 나온 사람처럼 휘 둘러 보았다. 내가 달리는 이유가 마치 즐기는 것처럼 보이려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 질문에 대답할 말이 마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4년 전 처음 풀코스를 완주한 후에 지금까지 52회 풀코스를 완주하면서,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는 것이 자랑이라면 자랑하고 싶다. 허나 뒤집어 보면, 좋은 때만 있었으랴? 회수 차량이 보이지 않아 하염없이 걷다, 뛰다 골인점을 통과했던 적도 있었다. 다리 통증 때문에 움직이기도 힘든 상태에서도, 오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서 걷듯 달렸던 적도 있었다. 뒤틀어진 다리 때문에 벽을 붙잡고 꼼짝 못하다가 겨우 몸을 풀어 달렸던 적도 한번 있었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보다도, 나 자신의 최고 기록이 4시간 23분 이 보여 주듯,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가 그리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 나만의 불만이다.
물론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마라톤은 우선 달리는 것이 기본이며 또한 빠르기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을 생각하든, 자기 만족 때문이든 달리는 것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마라톤은 우선 자기의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홀로 달리지 않는 한,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항상 볼 수 있듯, 우열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대회에 참가하면 비교를 하지 않으려 한다 해도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게 된다.
기록이 좋지 않다고 빠르게 달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일부러 천천히 달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될 대로 되라.' 면서 산다면 언젠가 어려움이 닥치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라면, 마라톤 또한 그렇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는 것이 인생이요, 마라톤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렇기에 때로는 매너리즘에 빠져서 달린 적도 있지만, 적극적인 방법으로 살고 싶고, 또한 달리고 싶어한다. 나 자신도 이전보다는 빠르게 달리고 싶어한다. 남들과의 비교도 하지만, 내 자신의 기록을 깨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 한다.

올해 춘천에 네 번 째로 가는 나는 단풍과 호수가 어우러진 멋진 풍광 속에서 나 자신의 기록을 깨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여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내가 사는 서산에서 춘천까지는 승용차로 대략 4시간 정도 걸린다. 11시에 출발이니, 2시간 정도의 여유를 갖으려고 새벽 5시에 출발하려고 하였다. 필요한 짐을 챙겨 아파트를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나의 차는 카니발. 아파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주차장에 후진 주차되어 있었다. 뒤 트렁크를 열자니 공간이 조금 부족하여 옆에서 열려고 몸을 기울여서 문을 당기는 순간, 문은 열리지 않고 나의 오른쪽 옆구리에 심한 통증이 왔다. 악! 이런...
오늘이 대회인데, 허리를 삐다니. 트렁크를 여는 것을 포기하고 차에 올라타 차를 조금 앞으로 빼어 다시 내려 뒤 트렁크로 가는데 통증이 온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달릴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아직 통증이 심하지 않아 차에 올라타고 무조건 출발했다. 바로 출발하지 않으면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는 도중 통증은 점차 심해졌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짐을 뒤져 소염진통제를 먹고, 파스를 바르고 또 출발했다. 가서 뛸 자신이 없으면 포기하고 되돌아오겠다는 마음을 먹긴 하였지만 통증이 심해지면 질수록, 불안하긴 하지만 왠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몇 차례 파스를 바르고, 진통제를 먹고 하면서 춘천에 도착했다. 주차를 시키고 몸을 점검하니 심한 통증은 없으나 허리 부분은 여전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행한 것은 출발 지점으로 가 있을 때 그리 통증을 느끼지 않았고, 가볍게 뛰어 보니 오른 쪽 허리 부분이 조금 불편할 뿐 뛸 만 하였다. 하프까지만 버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프만 넘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갈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하프까지만 넘기면 그래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되어 끝까지 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출발을 하였다. 다른 이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했다. 허리를 계속 신경 쓰면서 어찌하면 무리한 충격을 주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단풍 구경하랴, 호수 구경하랴 바빠졌다. 많은 대회 참가를 하면서 체득하게 된 것 중에 하나다. 긴장을 푸는 방법으로 주변을 자주 보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달리는 것은 몸이 스스로 알아서 가라고 놔두면 되고, 눈과 머리는 주변의 좋은 구경거리를 흠씬 구경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허리 부위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다.
나 자신의 경험으로 보면 그저 기록만 생각하고 빨리 달리나, 주변을 잘 보면서 달리나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아마도 많은 시간을 들여 훈련을 하고, 오직 기록만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엘리트 선수들의 훈련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부상 없이 끝까지 뛰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 그런 지도 모른다.
더구나 몸에 이상이 있었던 상태라 최선의 목표는 더 큰 부상이 남지 않는 것이다. 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프까지 갔었다. 그 때까지 별 이상은 없었고 다행이라 생각을 했다. 중간 점검 차 통과 시간을 보니 오히려 조금 빠른 것 같았고, 몸 상태도 좋은 것 같았다. 조금 빠르게 달리기로 했다. 그러나 또 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28km 지점을 지나면서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찾았다. 겨우 간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서 일을 보고 나오면서, 아무래도 오늘은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내심 작정을 했다. 여전히 옆구리가 신경이 쓰이고, 화장실을 들어갔다 나온 뒤로는 다리에 힘이 풀려 한동안을 천천히 달려서야 겨우 제대로 뛸 수 있었다.
오늘은 아니라고, 최고 기록을 위해 달리는 날이 아니라고, 그리 생각을 하니 잠시동안 욕심을 가진 것이 아쉽기만 했다. 그 동안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나름대로 목표는 최고 기록을 내 보는 것이다. 요즘 대개의 경우 그런 마음으로 대회에 나가곤 한다. 물론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은 몸을 보호하면서 완주하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지만. 대개는 나 자신의 최고 기록을 내려고 노력한다. 그 것이 물론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그 것을 얻으려고 하는 지 모른다. 몸을 보호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 나는 이 시대의 중년의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네 번 째 바라본 의암댐 아래의 강물은 변함 없는 듯 흐르고 있다. 하지만 강물은 변함이 없는가? 세월이 지나도 그럴까? 강은 강이로되, 강물은 작년의 그 강물이 아니지 않는가? 내년에도 와야지 마음먹고 또 온 나는 여전히 변함 없는 나가 아니던가? 사람들은 보통 자연이 위대하다고 하는데, 나는 바뀌어버린 강물을 바라보면서 왜 위대하다고 해야 하는 지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나는 이 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세상이 어렵다해도 포기할 수가 없다. 힘든 중년의 나이에 그래도 꿋꿋이 살아갈 정신적 지주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뿐이다. 포기란 없다. 강물을 받아들이는 저 강처럼 변하지 않고 여전히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한다. 물은 흘러가서 바뀌어도 강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듯이. 그래서 희망이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강물이 옛 것이 아니라도, 나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다시 의암댐에서 그 강을 내려다 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력이 늘어가면서 얻어진 이런 기억들 때문에 나는 살아가는 한 순간을 의미 있다 말할 것이며, 춘천에서의 이번 기억을 두고두고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강물이 아니라 강을 닮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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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송골매 경기설님의 댓글

송골매 경기설 작성일

지석산 원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국어느대회든 빠짐없이 다니는 열정.

서울에서는 단체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방대회다니는것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지만. 원장님은 항상 개인 출발을 하니....

지방대회에서 뵙지 못하면 오늘은 결석이구나. 생각하고
월요일 보면 다른대회에 참가 하셨더라구요.

잘뛰는 사람이 100회의 얼굴이 아니고 원장님같은
분들이 100회의 진짜선수라 생각합니다

어제 정기모임에서 지원장님이 50회 시상이 였는데
뵙지못해 아쉽네요. 12월18일 2003년도 송년회입니다

그때 꼭오셔서 50회완주패도 받아가시고 주로가 아닌
곳에서도 만나보는 영광을 주시죠.....

항상 펀런하십시요....

100회송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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